[기고] 가맹점주 노조 허용은 동반몰락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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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외협력팀 작성일2019-01-04 조회421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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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11월 13일 청계천 평화시장 앞. 노동자 전태일은 밤새 미싱을 돌리며 혹사당하는 어린 여공의 비참한 현실을 고발하며 자신의 몸을 불살랐다. 산업화 그늘에서 피어난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서막이었다.

세월이 흘러 경제는 급성장했고 1987년 대투쟁을 통해 노동자들도 조직화와 세력화를 이뤘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노동자 동맹의 강력한 양대 산맥으로 자리 잡았다. 그런데 지금의 노동단체는 귀족 노조의 이권 단체로 전락했고, 폭력 투쟁을 일삼는 과격 단체라는 오명을 뒤집어썼다. 지난 세월 노동자들의 피와 땀의 결실이 전체 노동자가 아니라 일부 대기업 노조원의 일자리 대물림과 고액 연봉의 전리품으로 전락했다는 비판까지 나온다.

촛불혁명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에서 노동자들의 조직화된 힘이 컸던 게 사실이다. 일정 부분 그 힘을 등에 업고 탄생한 정권이 노조 입김을 무시하긴 어려울 것이다. 또 경제민주화를 위해 재벌과 대기업 등의 불공정한 행위, 이른바 갑질을 단속하는 데 노조의 도움이 필요할 수 있다. 노조 영향력이 경제민주화를 위해 노사 간 긴장을 유지함으로써 투명하고 공정한 관계를 형성하는 데도 보탬이 될지 모른다.

당정이 프랜차이즈산업에서 이른바 `가맹점주 노조`를 사실상 허용하는 법 개정을 논의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가 노동조합처럼 단체를 조직해 가맹본사를 상대로 교섭할 수 있도록 가맹사업법을 개정하고, 공정거래위원회는 가맹점주 단체에 신고필증을 교부해 법적 지위를 부여하겠다는 것이다. `을`인 가맹점주를 보호하자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노조 까지 허용하자는 방식은 나가도 너무 나갔다.

프랜차이즈산업은 가맹본사와 가맹점이 각자 독립성을 유지하되 계약에 따라 브랜드를 함께 사용하면서 자기 돈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방식이다. 규모의 경제 효과 덕분에 미국에선 맥도널드가 자본주의의 꽃으로 종종 비유된다. 하지만 산업이 일찍 발달한 미국 등 어떤 선진국도 프랜차이즈 가맹점 노조를 허용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했다.

노조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조 만능주의가 경제를 왜곡시키고 프랜차이즈산업 자체를 피폐화할 공산이 크다. 가맹점사업자단체는 노동조합이 될 수 없고, 일반 노조처럼 법적 지위와 권한도 부여받기 어렵다. 사업자단체는 전국경제인연합회나 수많은 경제·산업 관련 협회처럼 하나의 이익단체일 뿐이다.

게다가 사적 자치에 따른 사업자 간 자율적 가맹 계약을 노동관계로 치환하는 것은 법리는 물론 경제 논리로도 합당하지 않다. 이런 식이라면 하도급업체 사업자노조, 납품업체 사업자노조, 심지어 중소기업 사업자노조 까지 생기지 말라는 법이 없다.

전태일 열사의 분신 이후 약 반세기가 흘렀다. 나라는 세계 10대 경제 대국으로 우뚝 섰다. 덩치가 커진 만큼 시대정신도 바뀌어야 한다. 투쟁을 통한 쟁취 패러다임이라는 전근대적인 대립의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세계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더 역동적이고 유연한 경제 시스템이 필요하다.

프랜차이즈 가맹점주 노조화는 산업 자체를 `동반성장`이 아니라 `동반몰락`의 길로 내모는 일이다. 프랜차이즈산업은 가맹본사와 가맹점이 함께 손잡고 일궈나가야 하는 협력모델의 전형이다. 600만 자영업자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가맹본사와 가맹점이 똘똘 뭉쳐도 모자랄 판이다. 그런데 가맹점주들이 가맹본사를 상대로 싸워서 본인들 이익만 챙겨가도록 도와주겠다는 발상은 극단적 대립만 불러올 것이다. 대립과 갈등은 프랜차이즈산업 전체를 위축시키고 만다. 결국 가맹점까지 빛 좋은 개살구로 전락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다.

정책당국은 가맹점 노조화라는, 대립과 갈등을 부추기는 잘못된 신호를 보내 프랜차이즈시장을 혼란에 빠뜨리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프랜차이즈산업의 본질을 왜곡하지 말고 모두가 상생할 수 있도록 합리적이고 시장 지향적인 정책으로 전환하기 바란다.

[이성훈 세종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링크 : https://www.mk.co.kr/opinion/contributors/view/2019/01/6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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